비디오 게임의 발전은 빛을 진공관에 투사하게 되면서, 그리고 전쟁에서 쓰이던 기술이 만나면서 급속도로 진행되었습니다.* 빛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에서 시작된 게임은 점점 그래픽과 조작성으로 발전되었고 여기에 사운드와 스토리가 추가되어 하나의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그 후의 게임 역사는 서서히 발전해 현재는 가상현실(VR)과 증강 현실(AR)까지 가능한 시대에 도달했습니다.

 

▲ 기술의 발전은 참 빠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게임의 본질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하고 무언가를 얻습니다. 게임은 숫자와 빛을 전달하지만, 유저는 그걸 자신의 것으로 인식합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게임 회사는 선택과 발전을 이어 나갔습니다. 스토리나 조작성을 추가해서 새로운 길을 찾든지 아니면 무언가를 얻는다는 게이머의 욕망에 더 집중하든지 말이죠. 그리고 현재 대부분의 한국 회사는 후자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게임은 그 선택의 선두에 섰던 게임입니다. 리마스터라 불러야 할지도 모를 이 게임의 이름은 바람의 나라 : 연입니다.

 

▲ 게이머의 욕망도 골룸처럼 참 투명하죠

게임은 예전 다중 접속 방식의 형태를 다듬은 모양새로 크게 차이점은 없습니다. 조금 더 과금 체계를 매끄럽게 다듬었다는 점, 채팅이 자유로운 점, 그리고 추억에 빠질 수 있게 최대한 고심해서 만든 흔적은 유저가 충분히 인정할 만합니다. 7월 16일 앱 스토어 기준 대한민국 전체 다운로드 1위, 매출 1위를 기록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죠.

 

▲ 출시 하루 만에 매출 1위, 물론 얼마나 오래가느냐가 더 중요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세세하게 추가한 점은 인상적입니다. 전체 채팅, 오픈 채팅, 단톡방, 지역, 문파 등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유저들 스스로 소속감을 느끼게 한 점은 게임 접속과 플레이에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를 포함해 게임을 이해하기 쉽게 만든 부분도 좋습니다. 유저는 게임을 시작하면 오랜 시간 튜토리얼의 도움을 받으며 이것이 어색하거나 불편하지가 않아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보상 설계와 자잘한 성취감 역시 유저의 몰입을 유도합니다. 일부 아이템만 무료로 얻을 수 있고 나머지 아이템은 유료로 얻거나 굉장히 힘들게 얻지만, 이 부분을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게임 내에 표현한 것도 장점 중의 하나입니다.

 

▲ 게임의 다듬새는 참 깔끔하고 좋습니다

하지만 비판할 부분은 존재합니다. 이 게임은 2010년 중반부터 이어졌던 다중 접속 게임 방식에 과금과 보상 체계, 커뮤니케이션만 약간 바꾼 게임으로 결국 예전 게임과 딱히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의 반복은 자연스럽게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이번엔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수익 때문에 계속해서 같은 방식의 게임만 나오게 되면 아래와 같은 상황이 우려됩니다.

 

▲ 현재 상업용 게임들 대부분이 따라가고 있는 다중 접속 방식 게임

첫 번째로 다양한 기획자(디자이너)가 나오지 않습니다. 공학적인 설계로 기획서만 빠르게 작성하는 사람이 많아질지는 모르지만, 독창적이거나 창의적인 기획자는 아마 나오지 않을 겁니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구요. 나중에 기술이 발전하고 시장이 변화할 때 창의력이 필요한 기획자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금의 개발 현실에서 한국 게임 업계는 대응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회사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줍니다. 비슷한 게임성, 비슷한 이미지가 반복되면 실망하는 유저가 생깁니다. 결국 당장은 돈이 들어와서 좋을지 몰라도 다음 물건을 팔 때는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겁니다. 마지막으로 유저에게 악영향을 줍니다. 현재 한국 게임 대부분은 캐릭터를 등급으로 나누는 차별적인 구조가 만연합니다. 이런 부분은 게임을 팔 때는 편리하지만 유저의 생각에도 영향을 끼쳐 사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볼 때 모방 범죄가 일어나듯, 사람을 A급이니 폐급이니 하며 비하하고 혐오하는 행동 등은 사실 게임이 청소년에게 주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 모방은 특히 10대 청소년에겐 조심해야 할 부분입니다

끝으로 이 게임, 중독성은 있을지 몰라도 저에겐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그저 0과 1로 만들어진 데이터를 얻고 잃는 느낌뿐입니다. 재미는 사람마다 주관적입니다만, 획득하는 재미가 있지 않냐고 한다면 저는 예전 회사에서 모바일 슈팅 게임을 야근 시간 때 지겹게 하던 어느 부장님이 생각납니다. 왜 하냐고 물어보면 항상 돈이 들어오는 게 기분이 좋다던 그분, 그건 재미가 아니라 중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 게임의 이미지가 더 망가지기 전에 우리 나름대로의 자정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만화로 보는 비디오 게임의 역사, 조너선 헤너시의 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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