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움은 우리를 늘 흥분시킵니다. 학년이 올라가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의 짜릿함은 다들 한 번쯤은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음... 친구가 없으시다구요? 친구를 사귀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사귀고 싶은 친구에게 다가갑니다. 그리고 눈을 마주치고 몇 초간 유지합니다. 마지막으로 친구가 되어달라고 합니다. 어때요? 참 쉽죠? 혹시 친구가 되고 싶은 분이 있다면 꼭 시도해보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저는 친구가 없습니다.

 

오늘 소개할 가디언 테일즈도 예전 한국 모바일 게임에는 없었던 새로움이 많은 친구입니다. 근데 이 친구는 왜 이렇게 하면 할수록 제 지갑이 얇아지는 걸까요? 혹시 멋지다고 생각했던 이 친구가 제 돈을 뜯어 가는 건 아닐까요? 재미만 있으면 된다구요? 흠, 그럼 그 재미에 대해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일러스트와 다르게 실제 게임 화면은 2D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우선 이 게임의 특징은 수동 전투입니다. 아니, 수동 전투라니. 2013년 몬스터 길들이기와 세븐 나이츠 이후 지속해서 이어졌던 우리 고유의 정서, 자동 전투를 거스르는 게 아닌가요? 한국에서 수동 전투는 안 팔린다구요! 라고 다들 생각했었죠. 하지만 이 게임은 당당히 양 스토어 매출 10위권에 들어오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왜 팔리는 거죠?

 

일단 조작이 재미있고 다양하며 단순합니다. 점프를 할 수 있고 내려 올 수도 있으며, 돌을 깨거나 불을 옮기기도 합니다. 여러 동작을 단 하나의 버튼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점은 모바일 환경에서는 큰 장점입니다. 그리고 전투 이외에 장애물을 제거해 길을 뚫어야 하는 스테이지도 존재합니다. 

 

장애물을 제거하며 길을 찾는 방식은 젤다의 전설 등 예전부터 게임에 많이 활용되었으며 2019년에는 일본의 인디 모바일 게임 벽락의 리메이너(碧落のリメイナー)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습니다. RPG를 기반으로 한 퍼즐 방식의 게임 진행이 모바일에서 성공할 거란 예상은 예전부터 있었고 가디언 테일즈에서 적절한 때에 사용해 주목을 받은 겁니다. 

 

▲ 던전을 휘젓고 다니는 건 1986년에 출시한 젤다의 전설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각종 패러디가 들어가 있습니다. 손오공이 등장해 초사이어인이 되기도 하고, 엘사가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패러디는 게임의 IP를 풍성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미 예전부터 손노리의 포가튼 사가 등 국내에서도 드문 사례는 아니지만, 최근 게임 기획이 획일화되는 와중에선 크게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 또 제4의 벽을 넘는 행동도 많이 해서 유저와 친밀감을 높입니다. 

 

여기에 게임이 깊게 구성되어 있어 한 곳을 해결하면, 두 곳, 세 곳이 연거푸 나와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장소는 숨겨진 지역이 많아 샅샅이 찾아야 보상을 모두 획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저는 게임에 깊게 관여하게 되고 나아가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집착하기도 합니다. 방금 설명한 패러디가 섞인다면 몰입감은 훨씬 상승합니다. 

 

인상적인 부분은 처음 게임을 실행하고 나서 10분간입니다. 이야기의 내용은 둘째 치더라도 묘사 방식, 사운드, 진행 등은 게임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잘 아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첫 느낌만큼은 2020년에 나온 한국 게임 중에서 가장 호감이 갔습니다. 게임을 계속하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말이죠. 그 후 분위기가 쭉 유지되는 점 또한 매우 긍정적이었습니다.

 

▲ 여기서 쓰인 제4의 벽은 게임과 유저 사이의 벽을 말합니다. 국산 RPG 포가튼 사가(1998)는 특히 그 벽을 자주 넘어 유저에게 대화를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이 게임의 단점도 있다면서요? 미쳐버린 과금? 그건 무슨 말인가요. 왜 대다수의 게임에도 들어가 있는 뽑기(가챠)를 가지고 뭐라고 하는 건가요? 라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네, 그럼 이 게임이 왜 문제가 되는지도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과금 체계가 너무 과합니다. 미쳤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심각하단 말입니다. 가장 높은 등급의 캐릭터가 나올 확률 2%, 장비도 2%입니다. 그리고 해당 캐릭터와 장비를 10장 뽑는 데 필요한 금액은 약 3만 원입니다(2,700개). 2%를 단순 계산해도 100장 중 2장이니 10만 원 넘게 과금을 해야 나올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안 나올 확률도 높습니다. 개별 확률이기 때문에 실제 확률은 더 높을 수도,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가 나와야 하고, 캐릭터에게 맞는 장비를 줘야 하며, 팀에 4명을 모아야 해서 어마어마한 과금이 필요하게 됩니다. 

 

저는 이 부분과 관련해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묻고 싶습니다. 왜 심의를 할 때 이런 게임에 사행성을 넣지 않았나요? 기존 모바일 게임의 과금 문제도 있지만, 이걸 신경 쓰지 않는 게관위의 방침도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이 게임을 담당하셨던 분은 과연 이게 사행심 유발 정도가 12세 미만의 사람에게만 유해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게임 내용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심의를 제대로 한 건지 의문입니다. 식인, 인육, 아사, 인신매매가 표현되는 등 너무 어둡고 비윤리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이러한 점은 밝은 이미지와 패러디 때문에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한국의 게임 심의를 맡고 있는 기관입니다

그리고 타 게임의 시스템을 모방한 게 좋지만은 않습니다. 일본 모바일 게임 하얀 고양이 프로젝트의 시스템과 판박이입니다. 캐릭터 성장 시스템, 거의 똑같습니다. 숨겨진 스테이지 개방 역시 비슷하구요. 캐릭터별 속성과 전용 무기까지 그대로 가지고 왔습니다. 하얀 고양이 프로젝트는 여기에 뿌니콘(ぷにコン)이라는 특유의 조작 시스템과 액션 게임의 호쾌함이 있었음에도 과도한 과금 체계로 유저에게 비난받아 결국 매출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가디언 테일즈는 과연 앞으로도 괜찮을까요? 그 이전에 모방과 관련해서도 비난받아야 할 부분은 있다고 봅니다. 적어도 모방을 했다면 거기에 자신의 게임을 나타내는 개성을 넣어 다른 게임이라는 시늉이라도 했어야죠.

 

마지막으로 유저의 이동은 8방향이지만 일부 스킬 사용은 4방향밖에 되지 않아 액션 게임이지만 조작에 불편이 많은 점, 2D 탑 뷰에 엔터 더 건전과 비슷한 느낌의 액션이지만 캐릭터가 너무 가볍고 조악하게 느껴지는 점 역시 단점입니다. 또 스테이지 클리어 후 바로 앱을 끝내면 저장이 안 되는 점과 스킬 사용 중 움직이면 취소되는 점도 아쉽습니다. 게다가 시나리오는 영어 번역체에 성우 더빙은 일본어 번역체가 느껴져 이질감이 심합니다.

 

여러 게임의 장점을 가져와 패러디로 포장하고, 지독한 과금 체계까지 넣어 유저를 구렁텅이로 빠트리는 액션 게임이 한국 게임에서 갓겜이라고 불리는 걸 보면 현재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결코 정상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려 6년 전에 나온 일본 모바일 게임이 베이스란 점에서 그 심각함이 더 깊게 느껴집니다. 개발자의 대우 역시 안 봐도 뻔할 것 같구요. 하지만 제 예상이 맞는다면 이 게임은 대한민국 게임 대상에서 수동 전투라는 독특함으로 상 하나는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한국 게임 업계는 또 후퇴하지 않을까 싶네요. 지금을 한국 게임계의 암흑기라고 믿고 싶습니다. 이 암흑이 언제 걷힐지는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리뷰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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