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에 꽂히면 막무가내로 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그들은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순수하며 때로는 집요하고 철저합니다. 어떤 제작자의 작업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중에서도 혼자 제작하는 분들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오롯이 자신 스스로가 외롭게 만든다는 일은 기적과도 같지요. 그런데 그런 작업을, 그것도 같은 장르를 5년 넘게 이어나가고 있는 개인 개발자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오늘 소개할 게임의 이름은 헬라이더 3(Hellrider 3)입니다.

 

해당 시리즈는 2015년에 헬라이더(Hellrider)라는 이름으로 처음 출시되었으며 이때는 3인칭 탑 뷰(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로 게임이 만들어져 버튼을 누르면 방향이 꺾이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고전 게임 스키냐 죽음이냐(Ski or Die)의 조작성을 참고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6년에 발매한 헬라이더 2는 1의 게임성을 더욱 강화해 다양한 시점과 방식, 복장을 추가했습니다. 해당 게임은 1인 개발자 특유의 감성과 그래픽이 묘사되어 모든 시리즈가 평점 4점을 넘을 정도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스키냐 죽음이냐의 출시 이후 비슷한 게임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번에 나온 헬라이더 3는 2020년에 나오면서 1인칭에 가까운 레이싱 게임으로 바뀌었습니다. 시점의 변화가 주는 짜릿함은 특별하며 이전 시리즈와는 확실히 선을 그었습니다. 덕분에 훨씬 빠른 속도로 즐길 수 있으며 몰입감 또한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 시점은 금세 지루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유저 간의 경쟁이 없다면 더더욱 염려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비슷한 게임인 레트로 하이웨이(Retro Highway, 2018)의 경우 초반에 인기를 모았지만, 단순히 피하는 조작의 한계로 팬층을 넓히지 못했습니다.

 

▲ 게임의 시점이 1인칭으로 바뀌면서 더 역동적이고 시원스러운 느낌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런 단점을 보완할 다양한 요소를 넣었습니다. 우선 유저는 화면에 있는 바이크의 위치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서로가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적은 폭탄을 던지기도, 길을 막기도 합니다. 그리고 유저는 여기에 대항해 폭탄을 던지거나 총을 쏩니다. 단순히 피하는 게임에서 벗어나 상대와 공격을 주고받는 점은 인상적입니다. 그 외에 레이싱 모드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아이템을 먹으면 가속하며 적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단순히 속도 경쟁이 아닌 적을 공격할 수 있으며 이는 지루함을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기도 합니다. 

 

또, 이야기를 추가해 사람을 구하거나 악당을 처치하는 등 유저는 역할 놀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다소 진부한 내용으로 보이긴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스테이지 형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해서 도중에 패배해도 중간에서 이어나갈 수 있어 유저의 의욕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예전 게임과 달리 외형(성별)을 선택할 수 있어 다양한 유저를 포용할 수 있는 점도 눈에 띕니다.

 

▲ 공격과 방어가 구성되어 레이싱 게임이지만 긴장감을 느낄 수 있으며 다른 레이싱 게임과는 큰 차별점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복장 역시 다양합니다. 복장, 무기, 탈 것 등을 다양하게 준비해서 유저의 성취감을 자극합니다. 또 게임을 시작하면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는데 러시안룰렛으로 진행한 점은 매우 특징적인 장치입니다. 게임에서는 작은 부분이지만 반복 플레이에 지루한 유저의 쉼터가 될 뿐만 아니라, 이 게임의 특징인 총을 쏘는 것과 결부하여 유저에게 개성을 각인시킵니다. 스토리 초반 개발자의 마스코트가 개그 형식으로 직접 나올 때부터 느꼈지만 이 게임의 개발자는 게임의 장점과 특징을 나타내는 데는 천재 같습니다. 이런 작은 요소를 생각하지 못해 물에 물 탄듯한 게임이 넘쳐나는 걸 보면 더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장점은 적어도 5년간 1인 개발을 해 왔기에 가능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을 공격하고 스토리를 진행하는 방식, 그리고 복장 추가 등은 이미 이전 시리즈에서 몇 번이고 나온 부분입니다. 만약 이 개발자가 개발을 도중에 포기했다면 지금 같은 두께(볼륨)의 게임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이건 제가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이전 게임의 방식을 넣은 게 눈에 보입니다. 게임을 출시해서 성공하든 실패하든 모두 개발자의 자산이 되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 그리고 다양한 복장과 이야기도 게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악당들을 게임에서 신나게 물리쳐 봅시다

다만 이 게임도 부족한 부분이 보입니다. 시점이 바뀌면서 조작이 이전 게임보다 어려워진 점은 몇몇 라이트 유저가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예전 게임 팬이 있다는 건 반대로 그 팬들이 싫어할 요소로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점도 됩니다. 그리고 한국어 번역이 다소 아쉽습니다. 기계 번역을 돌린 건진 모르겠지만 몇몇 번역이 다소 불편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 재밌습니다. 이전 시리즈도 기회가 되면 꼭 해보시고, 여기에 자료로 넣었던 레트로 하이웨이도 굉장히 깔끔하고 좋습니다. 비가 오고 답답한 하루가 계속되었다면 모바일로나마 탁 트인 도로를 달려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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