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누가 뭐래도 야구입니다. 그리고 야구가 인기 스포츠인 나라를 살펴보면 게임도 함께 발맞춰 자리를 잡았습니다. 미국의 MLB 더 쇼, 일본의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는 현지 야구의 인기와 함께 그 나라의 특성을 잘 보여주기도 합니다. 미국 게임이 사실적인 부분을 게임에서 강조했다고 한다면 일본 게임은 비현실적이지만 만화 같은 연출이 눈에 띕니다.

 

▲ 미국의 인기 콘솔 야구 게임 MLB 더 쇼 시리즈

그럼 한국을 대표하는 야구 게임은 뭐가 있을까요? 최근에 다양한 모바일 야구 게임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래도 유저들에게 인지도 하나만큼은 확실한 마구마구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일본 야구 게임의 외형에 독자적인 타격 방법으로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죠. 이번엔 그 게임의 모바일 버전인 마구마구 2020이 나와 화제입니다. 이 게임은 7월 9일 기준 한국 앱스토어 게임 매출 9위를 기록하며 급격히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럼 대체 어떤 부분이 돈을 쓰게 하고 있는지 알아봅시다.

 

▲ 최근 매출을 급격히 올리고 있는 마구마구 2020

우선 이 게임은 소재 대부분을 PC 버전 마구마구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게임 AI부터 그래픽까지 거의 그대로라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사실 이 부분은 지금 PC 버전 마구마구 유저에게는 실망스러운 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20199, PC 버전이 리마스터라는 이름으로 싹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유저들 사이에서는 비난이 많았고 특히 모바일 같아 보이는 게임 화면에 의아해하는 유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년 뒤, 게임 대부분의 시스템을 모바일로 이식해서 출시한 겁니다. 근데 이거 괜찮나요?

 

▲ 딱 이 티저 영상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만약에 디아블로 4가 온라인 게임으로 나왔고 오랜 기간 서비스를 하다 그래픽을 모바일처럼 바꾸고 디아블로 4 리마스터라고 게임 이름을 바꿉니다. 그리고 반년 뒤, 해당 게임의 내용을 대부분 흡수한 디아블로 M이 모바일로 나온다면? 기존 유저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자신의 게임이 버려지고 있다는 생각, 혹은 자신이 베타 테스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넷마블은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는 게 기존 충성 유저를 그대로 확보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당시 비판적인 유튜브들도 꽤 많았습니다

그리고 현재 게임의 완성도가 매우 낮은 편입니다. 처음 앱을 구동하면 화면이 절반쯤 하얗게 나온다거나 효과음이 빈약한 점, 렉이 심하게 걸려 게임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점 등 다양한 불안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기존 PC 게임의 AI 문제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게임 내 해설자 음성이 게임 상황과 다른 말을 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게임의 뚜렷한 이미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피파 온라인 시리즈의 수익화 구조, 배경음은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의 것과 비슷한 점이 있으며 심지어 UI통일성이나 이 게임의 지향점을 나타내지 못합니다.

 

▲ 최근 피파 온라인 시리즈도 마찬가지로 과도한 과금으로 유저들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게임이 상업 게임으로서 성공한다면 그건 예전 PC 버전 마구마구가 가졌던 중독성을 고스란히 이식했기 때문입니다. 선수를 성장시키고, 육성해서 다른 사람과 경쟁을 하기 위해선 더 좋은 카드가 필요합니다.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재화나 수익화 구조가 매우 안정적으로 잘 갖춰져 있고 그걸 유도하고 있습니다. 선수 한 장을 사는 데 쓰이는 돈은 100,000골드, 이 돈은 싱글 플레이에서 자동으로 돈을 조금씩 제공하기에 유저는 어떻게든 게임만 일정 시간 플레이하면 카드 한 장은 살 수 있습니다. 거기에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유저는 게임으로부터 재화와 성취감을 끊임없이 얻습니다. 그러나 얻게 되는 대부분의 카드는 약합니다. 결국 재화와 성취감이 계속 들어오지만, 카드는 약하기에 더 강한 카드를 사용하거나 실력이 좋은 선수에게 지게 됩니다. 최종 종착지는 "나도 돈을 써야겠다"가 됩니다. 하지만 가장 강한 카드가 나올 확률은 일반 선수팩을 기준으로 한 선수당 0.00005%입니다. 0.00005%. 상상이 가십니까? 5/10,000,000, 즉 1/2,000,000입니다. 참고로 로또 2등 확률이 1/1,357,510입니다.

 

▲ 저거 걸릴 확률이면, 로또 2등에 걸리는 게 더 빠릅니다

그리고 어렵게 선수 한 장을 얻었다고 해도 같은 년도, 같은 팀의 선수여야 더 강해지는 조건이 게임에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선수를 완벽하게 갖추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재화가 필요합니다. 물론 이적센터라는 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구매할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일정량 이상의 골드가 들어갑니다. 현재 가장 비싼 카드는 몇십억까지 합니다. 거기에 강화가 존재해 카드가 사라질 수도 있으며 분배가 있어 자신이 원하지 않은 선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매우 복잡하고 다난한 내용을 잘 포장한 수익화 구조는 정말 칭찬할 만합니다. 기업의 입장에선 말이죠. 하지만 기업 이미지는 올라오기 힘들 겁니다. 유저는 말을 안 해도 알고 있으니까요.

 

▲ 넷마블 로고는 참 귀엽습니다

예전 마구마구 PC 버전에서도 과도한 사행성과 확률형 아이템 공개 문제, 그리고 운영 문제로 다사다난했던 걸 생각한다면 긴 안목을 가지고 자사를 대표하는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게임을 운영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제는 거대 기업이 된 넷마블이 계속 눈앞의 성적에만 치우쳐 회사의 신뢰도를 더는 추락시키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넷마블이 조금 더 게임을 생각하는 회사가 되기를, 또 한국에서 자신 있게 대표 게임으로 내놓을 수 있는 야구 게임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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