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저는 나물을 제일 싫어했습니다. 특히 고춧가루가 없는 무채는 무슨 맛인지 알 수 없는 최악의 맛이었구요. 부모님은 편식하지 말라며 억지로 저에게 먹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지금도 하얀 무채를 보면 선입견이 생겨 먹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나요? 오늘 소개할 게임은 무 아빠가 패스트푸드를 쓰러트리고 무 자식을 찾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봤던 뽀빠이에게도 속고 왜 우리는 또 속아야 하는 걸까요? 패스트푸드가 그렇게 나쁜 친구였을까요? 뽀빠이가 누군지 모르신다구요? 그럼 뽀빠이 대신에 다디쉬(Dadish)란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한 번 알아보죠.

 

▲ 패스트푸드를 쓰러트리는(!) 무 아빠의 액션 게임입니다

■ 독특한 아이디어로 만든 세계관

 

게임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다디쉬(Dadish)는 아빠(Dad) + 무(Radish)의 합성어입니다. 유저는 아빠 무가 되어 채소밭에서 사라진 아이들을 구해야 합니다. 아이를 납치한 악당으로 패스트푸드가 등장하며, 매 스테이지 마지막에는 그들을 쓰러트려야 합니다. 점프하는 무와 패스트푸드라니, 정말 신박하지 않습니까? 패스트푸드 가게를 운영하는 게임은 자주 봤어도 악당인 게임은 근래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소재의 신선한 부분은 이 게임의 강점입니다. 대체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개발자가 자식 때문에 매일 패스트푸드 가게를 가는 게 아닐까 의심이 됩니다.

 

그리고 아빠 무의 디자인이 굉장히 잘 만들어졌습니다. 보여주기가 주된 콘텐츠가 되는 게임에서 캐릭터 이미지는 그 게임의 성공과 이어지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게임 대부분이 캐릭터의 매력을 만들지 못해 유저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걸 생각한다면 말이죠. 여기에 게임 전체 콘셉트와 이미지 역시 캐릭터와 잘 조화를 이룹니다. 이 부분은 온전히 혼자서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며, 인디 게임에선 큰 장점이 되기도 하지요. 배경, UI, 캐릭터 등이 한 사람의 세계관을 온전히 담고 있는 점은 유저가 게임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게임 조작은 어떨까요? 좌우 이동 버튼과 2단 점프를 넣어 2D 벨트 스크롤 게임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좌우 버튼은 화면상의 일부 지점에 표시했는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최근 사용되는 이동식 방향 키나 단순한 조작 등에 익숙한 사람도 거부감을 크게 느끼지는 않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운드는 레트로 게임을 경험한 유저에겐 매우 익숙한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밝으면서도 통통 튀는 내용은 게임의 콘셉트와 맞아 집중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 자식들을 찾지만 이렇게 매몰차게 말하기도 합니다 

■ 스테이지 구성과 난이도는 미묘, 그리고 농담

 

스테이지는 총 40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스테이지는 아이를 구하기 위한 열쇠, 그리고 숨겨진 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열쇠는 스테이지 끝이나 알기 쉬운 곳에서 찾을 수 있고, 별은 쉽게 생각하기 힘든 곳에 있습니다. 10 스테이지마다 패스트푸드 악당이 등장합니다. 해당 스테이지는 버튼을 눌러 함정으로 공격할 수 있고, 패스트푸드는 일정 방식으로 움직이며 패턴이 정해져 있습니다.

 

유저들이 다소 어려워하는 부분은, 게임 콘셉트와 이미지는 굉장히 밝고 즐겁지만 의외로 조작 난이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게임이 전달해주는 이미지와 게임성이 다소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밝고 즐거우며 쉬워 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게임성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이는 게임의 이미지로 유입되는 유저(타겟층)와 게임성이 맞지 않을 때 흔히 생기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사실 광고가 수익이 되는 게임에선 유저가 스테이지에서 실패해야 매출이 생기기 때문에 개발자 입장에선 딜레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아이가 만났을 때 나오는 농담이 유저의 성취감과 연결되어 좋습니다. 물론 영어권 개그라 알아듣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개그는 게임을 하는 유저를 편하게 해줍니다. 또 가끔 제4의 벽(게임 속 인물과 현실을 막고 있는 벽)을 넘어 친숙함을 더합니다. 이런 점은 오롯이 인디 개발자라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며 게임의 개성을 만들어 줍니다. 게임의 개성은 최근같이 수많은 게임이 쏟아지는 시기(레드 오션)엔 소규모 개발사에선 거의 필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정말 완성도가 높은 게임을 만들지 않는다면 말이죠.

 

이 게임을 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콜라가 정말 악당으로 보이고 햄버거가 무서워 보였습니다. 이 게임을 만든 개발자는 자식의 건강까지 생각한 걸까요? 아니면 패스트푸드 사장님과 원수 관계였을까요? 하나 확실한 건 무는 무채, 그중에서도 새콤달콤한 빨간 무생채가 좋다는 점입니다. 자식들이 무를 싫어한다면 오늘 저녁은 빨간 무생채로 도전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리고 다디쉬를 함께 플레이하며 패스트푸드를 끊는다면 건강에도 좋을 듯 싶습니다.

 

♡ : 쉽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으며 무해한 게임

♥ : 보기보다 난이도가 어려워 싫증이 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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