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 여성향 모바일 게임의 대표적인 선두 주자는 라인 디즈니 썸썸이었습니다. 디즈니 캐릭터를 대거 투입해 IP에 공을 들이고 여기에 간단하지만, 모바일에 특화된 게임성을 통해 꾸준히 매출 10위권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올해, 이 게임이 등장하면서 시장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간단한 조작에 잘 짜인 그래픽과 스토리로 기존 캐주얼 게임을 제치고 현재 매출 순위 10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캐주얼도, 남성향도 아닌 게임이 매출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건 일본 전체 시장에서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변화의 중심에 선 이 게임의 이름은 디즈니 트위스티드 원더랜드입니다.

 

▲ 최근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디즈니 트위스티드 원더랜드

우선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을 짧게 설명해보면, 일본 모바일 시장의 매출은 초기에 퍼즐 앤 드래곤과 몬스터 스트라이크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페이트 그랜드 오더, 포켓몬 고, 황야행동 등이 각자의 장점으로 새로운 영역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들 아래에 10위권을 맴돌지만, 꾸준히 매출을 차지하던 가벼운 게임이 있었습니다. 디즈니 썸썸, 포코포코 등의 캐주얼 게임은 가벼운 게임성을 바탕으로 여성층을 공략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차지합니다. 특히 이런 게임은 앱 사용자 수(액티브 유저)가 월등히 높아 꾸준히 매출 상위권을 유지했습니다. 여기에 라인이라는 SNS가 뒷받침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웠습니다.

 

▲ 일본 모바일 게임을 대표하는 작품 "몬스터 스트라이크"

하지만 이런 캐주얼 게임이 2020년 들어 급격히 매출 하락세를 기록 중입니다. 디즈니 썸썸은 6월 20일 앱 스토어 매출 순위에서 53위를 기록하며 점차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점은 매출이 안정되지 않고 낙폭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4월 29일에는 60위까지 떨어지는 등 그 징조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6월 29일 현재 이 게임의 매출 순위는 38위로 예전의 모습은 찾기가 힘듭니다.

 

▲ 캐주얼 게임의 내림세가 뚜렷하게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0년 3월 18일 애니 플렉스에서 출시한 디즈니 트위스티드 원더랜드는 다른 여성향, 혹은 캐주얼 게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과거 디즈니 썸썸이 그랬던 것처럼 매출이 매우 안정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50위권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으며, 6월 이후에는 20위권 밑으로 내려가질 않았습니다. 이 점은 뽑기(가챠)를 수익 구조로 한 게임에선 매우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예전 여성향 가챠 게임이 출시 초기, 혹은 이벤트 기간에만 반짝 상승하고 이후 100위권을 맴돌았던 걸 생각한다면 말이죠. 여기에 6월 10일과 11일에는 최고 매출 순위 1위도 기록한 걸 보면 최고 수익점 역시 매우 높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이 역시 예전 여성향 게임과는 결이 다릅니다. 

 

▲ 반대로 디즈니 트위스티드 원더랜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 게임의 완성도를 이야기해봅시다. 우선 이 게임은 굉장히 다양한 장점을 게임 속에 녹였습니다. 일단 그래픽을 구성하는 디테일이 통일되어있고, 이질감이 잘 보이질 않습니다. 라이브 2D를 사용해서 평면의 캐릭터가 표정을 짓게 한 점도 인상적이지만 중요한 건 그래픽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캐릭터, 폰트, UI 등 양산형 게임에서 쉽게 놓치는 부분을 확실히 잡고 가기 때문에 그래픽의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튀는 부분은 그리 쉽게 찾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유저는 게임에 깊게 빠져들 수 있습니다.

 

▲ 짜임새 있는 그래픽과 UI

여기에 스토리 역시 그래픽과 결합하여 유저는 수준 높은 몰입감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세계에 빠진 주인공이라는 설정이 진부한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스토리라고 해도 풀어나가는 방식에 의해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스토리 중간에 게임 플레이와 선택지 구성을 넣고 잘 섞어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이 부분은 기획자가 굉장히 많이 고민한 것이 느껴집니다. 이런 부분이 게임 내 다른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성우의 열연도 게임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습니다. 성우 개개인의 역량과 더불어 목소리가 게임에 잘 녹아들어 대사의 어색함이 적습니다. 

 

▲ 스토리 역시 몰입도가 높다

게임의 조작은 쉽지만 다양함을 추구해 캐주얼 유저가 질리지 않게 했습니다. 퍼즐과 일반 배틀이라는 전혀 다른 게임 방식을 추가했는데 진행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대개의 양산형 게임은 규격화된 전투, 즉 구조가 단순해 언제 퍼즐과 일반 배틀이 나올지 아는 식상한 패턴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전투에 스토리의 개연성을 넣어 언제 어떤 전투가 나올지 모르는 긴장감이 생겼으며 유저가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만듭니다. 다만 퍼즐과 일반 배틀에 익숙해지면 좀 더 어려운 게임을 원하는 유저 입장에선 다소 식상해질 수도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 단순하지만 유저에 맞춘 게임성

디즈니 트위스티드 원더랜드는 이렇게 공략 대상을 정확히 알고 거기에 맞춘 그래픽과 스토리, 조작 방식을 최대한 세세하게 넣어 유저의 만족도를 높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기존 게임과 차별화를 시도하려 했고, 다양한 재료를 매우 고심해서 넣었다는 점은 게임을 하면서 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완성도가 높다 보니 공략 대상 이외에 다른 장르의 유저를 흡수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즉, 라인 디즈니 썸썸이나 포코포코의 유저가 장르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완성도와 기존 게임에 대한 반발로 이동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을 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일본 캐주얼 게임 유저, 혹은 여성 유저가 최근 5년 사이에 라이트 유저에서 헤비 유저로 이동한 게 아니냐는 가설까지 생각할 수 있겠네요.

 

▲ 과연 가챠 게임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까?

2015년 앙상블 스타즈가 출시되고 매출 상위권에 오르는 모습을 보며 어떤 사람들은 여성향 게임의 주류화도 조만간 이루어지겠다고 예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5년 만에 일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곤 예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일본 여성 유저가 점점 게임을 많이 즐긴다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캐릭터를 성적 대상화 해서 판매하는 게임이 이 정도로 잘 팔린다는 건 그만큼 일본 사회가 연애, 결혼과 멀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해서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 앙상블 스타즈도 최신 버전은 꽤 선전하고 있는 중

마지막으로 우리가 생각해 볼 점은 여성 유저를 사로잡기 위해선 디즈니 트위스티드 원더랜드처럼 세심하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저 기존 게임의 시스템을 그대로 복사해서 그래픽에만 힘을 준 따라잡기 전략에 치우쳤던 건 아닌지 국내 게임계도 한번쯤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일본 시장의 변화가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주길 기원합니다. (다만 가챠는 다른 수익화 구조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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