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는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일본에서 연재한 농구 만화입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알려져 큰 인기를 끌었구요. 지금도 강백호, 서태웅을 기억하는 30~40대들이 많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만약에 이 작품이 모바일 게임으로 나온다면, 그리고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게임성을 가지고 있다면 당시의 팬들은 양손에 지폐를 들고 어서 달라고 할 겁니다. 네, 오늘 소개할 게임은 슬램덩크 모바일입니다. 

 

▲ 원작 팬에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감동

장점은 아주 명확합니다. 우선 캐릭터(IP)만으로도 팬들의 지갑을 쌈 싸 먹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했던 선수를 직접 움직이고 체험할 수 있다는 건 스포츠 게임에서 미덕이며 이 게임에선 특히나 그 감정이 고조됩니다. 말로 하니 와닿지 않지만, 자세히 풀어보면 팬 입장에선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윤대협이 하는 더블 클러치를 직접 성공시켜 팀이 이긴다면?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기에 게임 시작부터 영상과 사운드로 유저의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분명 슬램덩크를 조금이라도 아는 분이라면 게임을 켜자마자 웃음이 나오셨을 겁니다. 

 

게임성도 좋은 편입니다. 시합은 3:3, 5:5, 반코트(코트의 절반만 사용), 풀코트 등 다양한 규칙으로 즐길 수 있으며 유저는 한 명의 캐릭터를 선택해 다른 유저와 팀을 짜야 합니다. 팀 게임이라 협동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으며 승리 시에는 큰 성취감을 얻습니다. 또 조작성이 좋아 세세하게 움직일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를 노릴 수 있습니다. 유저는 실제 농구 경기처럼 스크린을 걸거나, 3점 슛을 노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캐릭터는 일정 수치를 모으면 자신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때 슛은 100% 들어갑니다. 

 

▲ 게임 조작은 생각보다 부드럽고, 스킬도 다양합니다

그리고 게임 스토리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최근 소개한 어그레시브 레츠코도 마찬가지지만, 캐릭터(IP)를 활용한 이야기의 전달 방식이 친절하며 슬램덩크를 모르는 유저에게도 전달이 되게끔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중간에 조작 버튼을 추가해 유저가 참여하는 방식을 넣었으며 몰입에도 영향을 줍니다. 일본 니코니코 동화의 텍스트 입력 방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기존 IP가 그만큼 탄탄해야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장점을 상쇄시키는 큰 단점이 존재합니다. 유저의 게임 불편함이 게임의 즐거움을 상쇄시킵니다. 좀 어려운 말로 UI, UX가 쾌적하지 않습니다. 우선 이 게임은 한국 유저를 무시했다고 느낄 정도로 현지화가 안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단어 선택이 게임 장르와도 안 어울리구요. 임무?? 자료 육성은 어디서 쓰는 말이죠? 이북 말인가요? 가입이란 단어도 어색합니다. 이러한 어색함은 사실 일본의 게임회사인 DeNA의 중국 법인에서 만든 게임이란 점이라 감안을 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DeNA면 명색이 야구 구단도 있는 대기업인데, 이 정도 현지화를 못 할 정도의 수준이었느냐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 통용, 통행 임무, 통행증 진화 등 한국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단어가 많이 나옵니다. '통'을 너무 좋아하네요

그리고 유저 인터페이스, 즉 편의성이 너무너무 떨어집니다. 재화의 수도 많은데 그걸 전부 일일이 찾아보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방대합니다. 텍스트 크기와 폰트, 게임 UI(그래픽 재료 등)가 너무 이질적이며 분산되어 있고 산만한데다 획득 가능한 재화와 아닌 재화의 구분이 불분명합니다. 다시 말해 게임의 포장이 너무 빈약해 이미지를 망치고 있습니다. 적어도 게임 설명이 충분하거나 튜토리얼을 더 길게 진행했다면 유저의 불만이 이 정도는 아니었으리라 봅니다. 조작할 때 초보자 입장에선 버튼이 너무 많기도 하구요. 

 

마지막으로 예전 게임의 감성 그대로 넣다 보니 지금 보기엔 다소 어색한 표현과 대사, 단어들이 존재하는 점, 게임 플레이 중에 나오는 대사들이 너무나 이질적이라 오히려 몰입을 깨는 점, 같은 BGM, 같은 이미지가 반복해서 나와 지루해지는 점 등도 단점입니다. 여기에 협동이 들어간 팀 게임은 한 명이 못하거나 일부러 망치면 의욕이 떨어집니다. 팀원이 합의해야 기권할 수 있는 시스템 때문에 플레이가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 팀을 짜서 하는 게임이라면 항상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게임 조작에 공을 들여도 편의성이 부족하면 유저는 실망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게임은 좋은 예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농구 게임을 정말 좋아하고, 슬램덩크의 오래된 팬분들이라면 가볍게 즐기시는 것까진 추천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 최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