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토즈의 게임 애니팡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블록 매치 게임입니다. 그 유명세는 방송, 신문 등 미디어에서 자주 언급이 될 정도이지요. 시장에서 선점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기에, 게임성은 차치하더라도 이 게임이 우리에게 준 영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애니팡이 나온 지 벌써 11년이 흘러, 2020년 우리는 애니팡 4라는 애니팡의 손주의 손주의 손주를 보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 게임 해보고 나니 알겠더라구요. 이걸 만든 기획자는 얼마나 심심했을까? 라고 말이죠.

 

▲ 애니팡은 국내에서는 가장 인지도가 높은 퍼즐 게임 중 하나

우선 게임 방식이 11년째 그대로입니다. 11년간, 게임을 조작하고 움직이는 기본 공식이 그대로라는 말은, 차로 비유해보면 외관은 새것인데, 엔진이 2차 세계대전 때 쓰던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필자는 게임을 해보고 정말 경악했습니다. 마치 무령왕릉을 처음 발견한 사학도의 마음이었죠. 와, 이걸 지금도 쓰고 있다고? 그것도 같은 회사의 같은 제품이 11년 전에 썼는데 말이야? 라는 말이 플레이하면서 방언처럼 튀어나왔습니다.

 

▲ 처음 애니팡 4를 실행했을 때 느낌

하지만 국외의 게임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킹사의 캔디 크러쉬 시리즈는 총 네 개의 시리즈가 있었고, 모두 같은 사각형 퍼즐을 사용하며, 게임 방식이 거의 같습니다. 라인의 팝 시리즈는 차별화를 시도하며 중간에 육각형 퍼즐로 방식을 변경했습니다. 공통점은 둘 다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 크게 성공을 거뒀다는 점, 또 하나는 2018년, 2016년을 끝으로 시리즈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최신작이 죽을 쑤고 있다는 것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이해가 갑니다. 이익이 나지 않으니 바꾸지 않는 거겠죠.

 

▲ 캔디 크러쉬 시리즈도 2018년 이후 신작이 나오고 있지 않다

그래픽은 어떨까요? 역시 무난합니다. 캔디 크러시 시리즈가 그러했듯 그래픽의 특징은 쉽게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블록이 크고 정확하게 보이는 건 좋은데 덕분에 개성적인 IP는 휙 하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사장님, 애니팡 상품은 팔 생각이 없으신 건가요? 11년 장사했으면 적어도 한국에서 플레이 한 사람이 제법 될 건데 티셔츠를 한 장씩만 팔아도... 하지만 반대로 얼마나 고민해서 나온걸까라고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고 사운드는 좋게 말해서 차분하고 조용합니다. 자극적이거나 신선한 면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게임에 집중이 잘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 분명히 IP가 무난해서 게임에 주는 장점은 있지만, 그걸 사업으로 전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다른 시리즈와 차별되는 건, 경쟁 모드인데 이것도 주키퍼를 비롯한 다른 퍼즐 게임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썼던 거라 크게 감흥은 없습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장치가 될 수 있겠네요. 퍼즐 게임을 하는 주 고객층이 여성, 20~40대라고 추정한다면 그들이 대결이나 경쟁을 좋아할지에 대한 고민부터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참고로 일본에선 유명 퍼즐 게임 디즈니 썸썸에 경쟁을 강조한 디즈니 마블 썸썸이 2016년에 나왔다가 2년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팸은 클래시 로얄의 클랜과 매우 흡사해 보이고 역시 경쟁 게임의 요소라 의문표가 굉장히 많이 붙긴 하네요. 마지막으로 SNS형 시나리오 진행은 무리수가 아닐까요? 내년에 페이스북 2가 나오면 어쩌죠?

 

▲ 디즈니 마벨 썸썸은 퍼즐에 경쟁을 강화했다가 2년도 안돼 서비스를 종료했다

모든 걸 종합해 봤을 때 애니팡 4는 현재 대부분의 게임이 그러하듯 기존의 것을 유지하고, 다른 게임의 시스템을 차용한 게임입니다. 덕분에 기획자분들은 많이 심심하지 않으셨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만약에 이 기획이 수천 번, 수만 번의 기획서를 갈아 엎고 나온 초안이라면? 사실 최종_최종_최종_최종 버전이 선데이토즈 어느 한 쪽 사무실 구석에 숨어 있다면? 아시는 분은 아래 댓글에 당근을 그려주세요. 비판적인 말이 많았지만 그래도 선데이토즈가 퍼즐 업계의 선두주자로서 언젠가 혁신적인 퍼즐 게임을 만들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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