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 곳이죠. 회사라는 무게는 사람마다 달라 이번 리뷰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지금도요. 저 역시 회사를 그만뒀고 지금도 많은 기억과 상처가 남아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회사를 갈 분도 보고 계시니 신나게 진행하고 싶은데... 쉽게 되지는 않을 것 같네요. 

 

▲ 오늘 소개할 레츠코 마음, 제 마음 same same

오늘 소개할 어그레시브 레츠코(어그레츠코, Aggretsuko)는 일본 직장 여성의 고뇌를 그린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게임입니다. 주인공인 20대 여성 레츠코는 무역 회사의 계약직 사원으로 책임감이 강하며 거절을 못 해 회사에서 고통받습니다. 결국 스트레스를 노래방에서 푸는데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변하며 데스메탈을 부릅니다. 이처럼 원작은 기업 내 차별과 부조리를 다루면서도 래서 팬더인 주인공이 분노하는 장면을 씁쓸하지만 재미있게 묘사해 많은 사람의 공감을 끌어낸 작품입니다. 미국 CNN에서는 레츠코가 산리오 캐릭터 중 가장 페미니스트적인 캐릭터지만, 레츠코가 처한 직장의 힘든 상황을 응원하는 남성들도 많다며 폭넓은 인기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 레츠코는 일본 직장인을 대변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을 게임으로 만들었다는 건, 적어도 남성층이 타깃은 아닐 겁니다. 당연한 결과지만 여성들이 좋아하는 퍼즐 게임, 그중에서도 3매치로 나왔습니다. 세 개의 블록을 연결하면 사라지는 이 방식은 테트리스 이후 가장 대중적인 퍼즐 게임으로 많은 유저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괜찮은 IP에 좋은 게임성을 갖췄으니 완성도만 높다면 멋진 게임이 되겠군요. 그럼 한 번 알아봅시다. 

 

▲ 3블럭 매치는 인기있고 대중적인 퍼즐 게임입니다. 위 사진은 컬럼스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배려에 있습니다. 게임 첫 시작부터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주지 않고, 조금씩 전달합니다. 유저가 게임을 할 때 피곤하지 않게 적절히 보상을 제공하는 등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모습입니다. 

 

▲ 유저에 대한 배려가 간결하면서도 확실히 느껴집니다

초반 애니메이션은 게임 설명으로 적절합니다. 게임의 목적과 이유가 표현되어 유저의 의욕을 높입니다. 부당한 회사의 모습을 내용에 넣어 원작을 살릴 뿐만 아니라, 유저가 직장인이라면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 튜토리얼이 친절하며 한국 기업인 베스파의 일본 자회사라서 한글화도 깔끔합니다. 텍스트와 폰트도 콘셉트와 일관성이 있어 잘 맞는 편입니다.

 

▲ 해당 게임은 한국 기업의 일본 자회사 하이브(HIVE)에서 만들어 한글화가 잘 되어 있습니다

캐릭터 얼굴을 블록으로 표현한 건 일본에서 인기 있었던 퍼즐 게임인 디즈니 썸썸이나 포코포코와 비슷합니다. 캐릭터 색깔이 약간 변한 건 조작을 편하게 하기 위한 장치로, IP를 크게 훼손한 건 없어 보였습니다. 다만 색각 이상이 있는 분을 위해 블록 색을 더 확실히 하는 옵션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또 캐릭터 블록을 공유하는 점도 옥의 티입니다. 캐릭터가 각각 하나의 블록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같은 블록을 공유하는 점은 수집 욕구를 떨어트리지 않을까 염려가 되네요. 다행히 게임 스킬은 다르게 구성되어 그렇게 티가 나지는 않습니다. 캐릭터 수가 30개 정도로 적은 부분 역시 보완이 필요합니다.

 

▲ 한국의 프랜즈 팝이나, 프랜즈 팝콘은 색각 이상이 있는 분들을 위한 배려를 잊지 않았습니다

게임의 얼개는 캔디 크러시 시리즈와 꿈의 정원 시리즈가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퍼즐과 시뮬레이션의 장점을 잘 접목했으며 퍼즐 조작(인 게임) - 인테리어 꾸미기(아웃 게임)가 알기 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라이트 유저 유입에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또 게임 레벨 디자인도 쉬워 50 스테이지까지는 무난한 편입니다. 사무실을 꾸밀 때 자동으로 진행되는 점 역시 간단하고 편해 게임의 이미지를 상승시킵니다. 

 

▲ 꿈의 정원은 모바일 시뮬레이션 장르에선 대표적인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재화의 수가 적어 게임을 하면서 이해가 쉽고, 목적 역시 간결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못 만든 게임의 허술함이 아닌, 잘 짜인 게임의 장점으로 인식되며 세련되어 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어렵거나 불편한 점이 없고 깔끔하게 보이려면 얼마나 신경을 써야 하는지를 알기에 기획자를 칭찬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 재화는 기존 게임을 모방했지만 대신 이해하기는 쉽습니다

퍼즐 조작(인 게임)은 시작부터 끝까지 스킬을 포함해 통일성과 일관성이 느껴지며 게임이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이 확실해 높은 완성도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표현이 질리지 않게 정리되어 있으며 특히 주인공 레츠코가 데스메탈을 부를 때는 유저의 입꼬리가 올라갈 정도로 좋은 자극을 줍니다. 씁쓸하면서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자꾸 플레이하고 싶어집니다.

 

▲ 레츠코는 이 게임의 핵심,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애니메이션은 적은 용량과 짧은 시간이지만 웹툰을 읽듯 가볍게 볼 수 있고 내용도 재밌어서 게임 참여를 유도합니다. 이것과 연관되어 중간중간 보스전이 나오며 유저는 게임에 진지해집니다. 블록의 표현과 중간 보스의 연출도 세세하게 표현됩니다. 이러한 레벨 디자인이 990 스테이지까지 준비되어 있고, 그 사이에 애니메이션이 들어가 확실한 보상을 유저에게 줍니다.

 

▲ 이게 어딜 봐서 래서 팬더입니까 화난 맹수죠

건물 표현(아웃 게임)도 캐릭터의 움직임과 대사를 넣어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묘사되며 몰입을 높입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팬이 아니더라도 애착을 가질 정도로 구성되었습니다. 레츠코 혼자서 건물을 하나씩 완성하는 것도 직장인의 비애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콘이 텍스트 없이도 이해가 됩니다. 그래픽 표현도 인상적이며 게임 내 장애물마저 회사 비품이 나오는 등 일관성이 있습니다.

 

▲ 야근.. 야근.. NAVER DAI...

퍼즐을 즐겨하는 유저에겐 괜찮지만 단순한 게임성은 기존 퍼즐 게임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아쉽습니다. 디즈니 썸썸은 수많은 인기 캐릭터(IP), 포코포코는 라인 커뮤니티라는 무기가 있는 반면에 이 게임은 원작 묘사를 제외하곤 특징이 잘 안 보입니다. 뚜렷한 장점이 없다면 매니아만 플레이하는 협소한 게임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 내 대사가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로 나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 디즈니 썸썸처럼 캐릭터가 엄청 많다면야 운영이 쉽겠지만..

하지만 이 게임, 단점을 제외해도 한 번쯤 플레이하시기엔 좋습니다. 회사를 경험하셨든, 아니시든 어느 쪽이든 말이죠. 예습은 언제나 몸에 좋은 거 여러분 아시죠? 게임을 통해 예습이라니 공짜입니다, 여러분. 꼭 해보세요~

+ 최근 글